상단영역

본문영역

[동로하선] 독립이냐, 광복이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8.12 17: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유서 깊은 도시다. 이곳에 아주 유명한 2층의 붉은 벽돌집이 있는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100달러짜리 지폐에도 실려 있는 독립기념관이다. 이곳에서 미국의 헌법이 만들어졌고, 성조기 모양이 결정됐으며 워싱턴으로 정부를 옮기기 전까지 정부 청사이기도 했다. 건물 앞에는 1776년 7월 8일 독립을 널리 알렸다는 ‘자유의 종’이 있다. 필라델피아 시민들의 자부심이 유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이곳처럼 민족정신의 계승과 국민 단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독립기념관을 가진 나라가 많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메르데카 광장엔 순금으로 도금된 횃불조각이 유명하다. ‘독립의 불꽃’인데 이 탑 아래 독립기념관이 있다. 필리핀은 독립의 아버지 호세 리잘의 리잘 기념관이, 인도는 15~16세기 무굴제국의 샤 자한 왕이 세운 ‘붉은 돌의 요새’, 레드 포트가 독립기념관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완은 장개석기념관이 독립기념관을 대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건국 직후 ‘야드 바쉠(신의 손길)’이라 부르는 독립기념관을 건립했다. 기념관의 지하엔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나치 치하에서 학대받던 유태인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의 독립기념관은 온 국민이 벽돌 한 장 쌓는 심정으로 모은 정성으로 지어져 1987년 문을 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독립기념관이 아니라 ‘광복기념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는 ‘해방’ ‘독립’ ‘광복’이라는 용어를 혼란스럽게 쓰는 걸 안타깝게 여긴다. ‘해방’은 반드시 목적어가 따르는 타동사이므로 일본이나 미국이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그들이 우리를 해방시켰다, 아니면 그들에게서 해방됐다는 것이어서 용납될 수 없는 수치스런 말인데도 생각 없이 쓰인다는 것이다.

▷독립도 그렇다. 우리가 원래부터 일본에 예속돼 있었다면 그런 말이 가능하겠지만, 한때 국권을 잃었다가 되찾은 일을 독립이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장 정확한 말은 광복이다. 큰 사전에 나와 있는 풀이는 ‘빼앗긴 주권을 도로찾음’이다. 일제강점기 같은 말도 ‘항일시대’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우리 민족이 일제 침략에 저항하고 임시정부를 가졌던 역사는 세계사에 유래가 없는 자랑이므로 항일시대라고 불러야 맞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 모레가 진정한 자주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광복절이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