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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 배롱나무와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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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10 17:24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논산 노성면에 가면 조선 숙종 때 학자 윤증 선생이 살던 명재고택을 만날 수 있다. 윤증은 임금이 내린 벼슬을 18번이 사양했을 만큼 대쪽 같은 선비였다. 당대 사람들은 산촌에 묻혀 학문과 덕 쌓기에 정성을 쏟는 선생을 ‘백의정승’이라 불렀다. 선생의 성품은 고택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울도 담도 없지만 정갈하다. 특히 삼백 살 먹은 배롱나무는 선생의 기품을 전해준다. 배롱나무의 붉은 꽃은 선생의 정성스러움, ‘단심(丹心)’이다. 요즘 거리나 공원에서 붉은색이나 자주색 꽃을 달고 있는 나무가 눈에 띄면 십중팔구 배롱나무다.

▷조그만 꽃봉오리를 소복이 달고 있는데 꽃봉오리가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차례로 터지기 때문에 한여름 100일 동안 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목백일홍’, ‘나무백일홍’이라고도 한다.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꽃을 9품으로 나누었는데 백일홍을 매화, 소나무와 함께 1품으로 꼽고 있다. “비단 같은 꽃이 노을빛에 곱게 물들어 사람의 혼을 빼앗듯 피어있으니 품격이 최고”라고 평했다. 그만큼 선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무는 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엔 광합성을 하기 위해 잎을 무성하게 다는 데 배롱나무는 이제사 꽃을 피운다.

▷배롱나무나 자귀나무의 꽃 같이 여름에 피는 꽃은 봄꽃과 달리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한다. 사람들이 피서를 떠난 사이 슬쩍 피어나 빈 뜨락을 곱게 채운다. 하지만 여름꽃 중엔배롱나무 꽃처럼 아름다운 꽃이 적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꽃이 무궁화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의 ‘샤론의 장미’라는 학명을 갖고 있는 무궁화는 세계적으로 250여 종, 한국에는 200여 종이 있다 한다. 10월까지 가지마다 차례로 한 송이씩 꽃을 피우기 시작, 서너 달 이상 날마다 새로운 꽃을 피운다. 그래서 이규보도 無窮花(무궁화)라 했다.

▷최치원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 신라를 근화향(槿花鄕)이라 했으니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었다. “백의(白衣)를 귀히 여김은/ 뉘도 너를 못 딸으리/ 의로운 콧마루가/ 제일 먼저 울던 날도/ 화염(火焰)에 버선발 묻고/ 네 어루는 강산(江山)은/ 가시가 들어 아파도… 역사(歷史) 밖/ 기로를 걷는/ 과오(過誤) 다시 없으리.” 김준현의 시 ‘근화사’처럼 온갖 시련을 꿋꿋이 이겨낸 겨레의 꽃이다. 산림청이 14일부터 사흘간 독립기념관에서 ‘나라꽃 무궁화 큰 잔치’를 연다. 광복의 날, 무궁화는 무언가 특별하게 보인다.

안순택<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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