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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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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8.04 17: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흥부와 놀부 형제를 갈라놓은 건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었다. 놀부는 유산을 몽땅 차지하고는 아우 흥부를 내쫓아 버린다. 거꾸로 아우가 형을 내쫓은 신라 때 이야기가 중국 당나라의 단성식이 엮은 책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온다. 방이라는 형이 얹혀살던 아우로부터 쫓겨난다. 지어먹고 살 곡물 씨앗이라도 달라고 애걸하자 아우는 몰래 살짝 데쳐서 준다. 싹이 돋을 리 없는 그 밭에서 유일하게 한 씨앗에서 싹이 돋고 이삭 하나가 한자 남짓이나 자랐다. 어느 날 새 한 마리가 이 귀하디귀한 이삭을 물고 날아가 버리는 게 아닌가.

▷뒤쫓아 갔더니 천동(天童)들이 두드리면 원하는 무엇이든 나오는 금방망이를 들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형은 그 금방망이를 들고 돌아와 거부가 된다. 샘이 난 아우는 똑같이 따라 했다가 귀신방망이에 얻어맞고 코를 석자나 잡아빼여 쫓겨온다. 형제간의 불화를 응징하는 동서양을 통튼 원조설화요, 형제애의 비중이 남다른 우리 윤리풍토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형제간의 다툼은 성서의 잠언도 경계한다. ‘형제가 다투었다가 화목하게 되는 것은 요새(要塞)를 취하기보다 어렵다. 그 앙심은 성문의 빗장 같아 꺾이지 않는다.’

▷재물을 두고 갈라지기 쉬운 형제 사이를 극복한 사례도 많다. 서울 한강엔 ‘투금탄(投金灘)’이란 곳이 있다. ‘이화에 월백하고…’의 고려 문인 이조년 형제의 이야기가 흐른다. 형제가 길을 가다 금덩이 둘을 주워 하나씩 나눠 가졌는데 배를 타고 건너면서 아우가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 형이 가진 금덩이가 커 보이는 사특한 마음이 들어 던져버렸다 하고, 이 말을 들은 형도 금덩이를 던져버렸다 해서 투금탄이다. 예산에는 형은 아우가, 아우는 형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서로 볏가리를 날라다 주었다는 ‘의좋은 형제’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전래동화를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로 썼던 농심도 신격호 회장과 싸우고 결별한 롯데가(家)다. 롯데그룹 ‘형제 상쟁’이 점입가경이다. 롯데는 소비재, 유통 등 내수로 큰 기업이다. 그렇게 국민의 쌈짓돈으로 쌓은 부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더 실망스럽다.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건 기업의 몫이다. 국가경제를 위해 헌신해야 할 기업의 리더들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볼썽사납다. ‘없이 살아야 우애라도 있다’는 옛말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안순택<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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