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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우편번호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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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30 18:01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1884년 우정국이 설립되고 근대식 우편제도가 도입될 당시 집배원, 즉 우편군사의 집 찾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이었다. ‘경(京) 광교좌안(廣嬌左岸) 가가(假家) 생원 전주이씨댁 입납(入納)’, ‘경 남대문 밖 청패고개 나쥬서 올라온 양천허씨댁 입납’, 이 겉봉을 보고 번지도 이름도 없는 이생원이며 나주에서 올라온 양천 허씨를 용케도 찾아서 전달했던 것이다. 잘못 배달하면 곤장을 쳤으니 어떻게든 배달을 해야 했겠지만, 우편물 양이 적었으니 가능했지, 청구서며 택배 물량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지금으로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주소로도 감당이 안 돼 도입된 게 우편번호다. 우편번호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독일이라는 게 정설이다. 1853년부터 지역마다 식별 번호를 붙여 우표에 사용했다니 우리나라 우정국 출범보다 빠르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우편번호는 영국이 원조라는 견해도 있다. 영국은 1959년부터 써왔단다. 우리나라는 1970년부터 우편번호를 사용했다. 처음엔 다섯 자리였는데 맨 앞은 시·도, 둘째 자리는 대(大) 중계국, 셋째는 소중계국, 넷째와 다섯째 자리는 집배국 번호였다. 우편물이 계속 늘면서 1988년부터는 여섯 자리로 바뀌었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와인 중에 한국인에겐 특별한 브랜드로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 ‘799 805 시크릿 레드 블렌드’라는 게 있다. 우표 형태의 라벨에는 위도·경도 상의 좌표가 표기된 독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제조사도 독도와이너리다. 짐작했겠지만 ‘799-805’는 독도의 우편번호다. 이처럼 우편번호는 특정한 지역을 상징하기도 한다. 국내에도 방영된 미국 드라마 ‘90210’도 그렇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미국인은 그 숫자가 캘리포니아의 부촌 베버리힐스의 우편번호라는 걸 안다. 숫자는 부잣집 동네를 다룬 드라마란 뜻이겠다.

▷내일부터 다섯 자리로 바뀐 우편번호가 사용된다. 바뀌는 우편번호의 다른 이름이 ‘국가기초구역 번호’다. 국가경쟁력위원회의 제안으로 전국을 실생활권에 맞춰 격자형으로 잘게 쪼갠 것이 국가기초구역이다. 3만4000여 구역은 우편뿐 아니라 치안·소방·취학·선거 등을 수행하는 기초단위가 된다. 행정구역의 실질적인 개편인 셈이다. 아직 도로명 주소도 적응이 안 되는데 무슨 우편번호개편이냐 볼멘소리가 나올 테지만 꼭 기억해야 하겠다. 다만 부자 동네를 가르는 숫자는 되지 않았음 한다. 워낙 뽐내기 좋아하는 부자들인지라….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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