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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문명과 전염병에 따른 괴리

문명과 전염병에 따른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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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6.16 18:1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정 희 시인·둥그레 시 동인 회장
요즈음 메르스 때문에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다. 인근 지방의 축제는 개막을 앞두고 대부분 취소되었다. 개인적인 모임은 다들 피하는 경향이고 나 또한 가까운 이웃 사람의 말에 은근히 긴장되곤 하였다. 그 분의 고향은 평택으로 사촌 매형 어머니가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 있단다. 사돈지간이라고 왕래가 잦다 보면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향에 갈 때마다 삼촌 댁에 인사를 갈 테고 나 또한 사흘이 멀다 하고 만나는 터였으니 호흡기 질환인 만큼 전염성은 빨라질 테니까. 아닐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추정할 수밖에 없을 만치 심각한 상태다.
 
특별한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다. 발열 당시는 감기 증상과 흡사해서 고열과 기침을 동반하고 감염자가 재채기를 할 때 고농도 바이러스가 나오면서 전염된다. 기침이나 재채기 외에 대화를 할 때도 전염되므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단순한 질병이지만 무심히 볼 건 아니다. 불치의 병일 때는 생활 반경이 병원과 집안에 국한될 것이나 증상이라야 초기 감기 정도인 만큼 일상적인 활동은 가능하고 교통수단까지 발달한 시대에 이동성은 또 얼마나 빠를 것인가.
 
메르스의 정식 이름은 코로나바이러스(중동 호흡기 중후군)다. 뚜렷하게 드러난 것도 없이 단봉낙타 접촉에 의한 감염이 추정될 뿐이지만 감염환자가 처음 나온 게 사우디아라비아였고 우리나라의 최초 환자도 중동에 다녀온 게 빌미였다니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지금도 납득은 가는 부분이다. 증상도 심각하지만 전염성이 더 문제고 현대사회 특징이 곧 선박과 항공기를 통한 대대적인 인구 이동이라면 통제하지 않는 이상 요원한 과제다. 가령 30년 전만 해도 외국은 특정한 사람 즉 외교관 아니면 방송국 파견 기자 또는 외교사절로 나가는 경우가 전부고 왕래 국가도 적었건만 이제 열대의 중동까지도 쉽게 다니는 경향이다 보니 사막에나 있을 법한 병이 퍼지게 되었다. 
 
14세기 초 유럽 전역을 강타했던 페스트 역시 인구가 많은 상업 도시에서 파급되었다. 크림반도의 카파는 지중해를 무대로 동방 무역을 하던 제노아 상인들이 경영해 온 도시다. 당시 그 곳 성채를 공격 중이던 타타르군은 페스트가 발생하자 환자들의 사체를 성벽에 내버린 후 철수했다. 세균전에 이용된 페스트는 성내를 쑥밭으로 만들었고 역질을 피해 철수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거쳐 간 메시나, 제노아 등지를 통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흑사병이라고도 하는 역질이 중앙아시아 타슈켄트 지역을 건너 이탈리아에 상륙한 것은 1347년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항구에 도착한 배를 40일간 강제 정박시키고 검역했으나 끝내는 2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위에 징기스칸의 서방 원정으로 페스트의 숙주인 쥐벼룩이 대량 전파되고 그게 더 사태를 악화시켰다. 전염되기 쉬운 호흡기 질환이었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었던 거다. 잠복기가 지나면서 흉부 외 통증, 기침, 각혈, 호흡곤란, 고열을 호소하는 게 특징이었다면 감기 증상과 흡사한 메르스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질병이다. 병이라 해도 몇몇 아닌 수많은 사람들까지 공포에 떨게 한 것은 교통과 상업의 발달로 먼 지역에까지 번지는 것 때문이다.
 
우리가 이룩한 문명 때문에 급격히 확산될 수 있는 불안과 공포보다 더 한 문명의 괴리는 없을 것이다. 메르스는 신속하고 빠른 문명의 오류작이었을까. 최근 발생한 조류독감이니 사스 등이 급속하게 퍼진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았다. 옛날 우리나라의 역병 같은 돌림병 또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의주 지역에서 자주 발생했었다. 메르스 같은 호흡기 질환은 아니고 교통수단이 열악했던 만큼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해도 그 발생 지역이 사람의 왕래가 많았던 것은 메르스에 대한 주의 사항이 곧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저녁 때 메일을 열어 보니 이 달 월례회는 메르스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와 있다. 짐작은 했고 매번 이런 식이겠지만 그래야 뜻밖의 홍역이 잠잠해질 것이다. 손을 깨끗이 씻는 건 물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때로는 마음으로 오기도 하는 게 그 정체라지 않은가. 메르스는 그와는 달리 호흡기 질환이었으나 나름대로 계기로 삼는 것이다. 특별히 손을 잘 씻고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어지간한 미팅은 차후로 미루고 지금보다 더욱 절제된 생활과 마음가짐으로 일관하다 보면 언젠가는 가라앉을 때가 있으리라고 본다.
 
심각한 사태로까지 번지는 것만은 지양하고 싶은 게 모두의 심정일 테니까. 중세 시대와는 달리 고도화된 의료시스템 등의 방역 수단과 백신개발로 필경은 물리치게 될 것이나 우리는 또 여하한 문명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 질병이 더러 있고 그로써 뜻밖에 커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유한성을 돌아봐야 될 것이다. 편리한 문명과 전염병에 따른 괴리를 좁히는 건 우주 앞에 모래알만도 못하다는 경건한 깨우침이다. 직접적인 치료방법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도 어떤 병이 찾아오면 보통 자신을 다스리고 가라앉히는 방편으로 삼았던 것을 거듭 돌아보았다.
 
이 정 희 시인·둥그레 시 동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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