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리 벚꽃
오인태 시인
꽃이 핍니다
마음 두지 않겠습니다.
꽃이 진다 한들
마음 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때아닌 폭설같이 당혹스럽게
세상을 덮쳐 오는 꽃
사람의 마음 또한 이렇게
번번이 무너지고 마는 것을
한때 아름다운 젊은 날
거기 잊지 못하고 찾아올
누군가 또 한 사람
그러나 그 사람조차 몰래
올해도 화개리 가겠습니다.
시평) 꽃이 피든 지든 마음 쓰지 않겠다던 시인에게 “나이 마흔 넘어서도/ 때아닌 폭설같이 당혹스럽게 세상을 덮쳐오는 꽃” 은 어떤 마음이 뭘까요? 이제는 다 굳어져서 더 이상 더 이상의 설레임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 ‘울컥’ 찾아오는 첫사랑의 추억일까요? 그래서 시인은 몰래 화개리에 다녀오겠다고 합니다. ‘울컥’ 가슴을 치는 감정이 일면 어딜 가야 하나? 벚꽃 추억이 머무는 곳, 그곳이 사뭇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 (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