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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詩] 꽃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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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18 17: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꽃병

채호기 시인

 

저 꽃병은 자신이 흙이었던 때를 기억할까?

꽃은 산모퉁이에, 들판에

사라지는 목소리들로 사그라지고

꽃이 없는 빈 병이 아름답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꽃병의 자매였다는 것을 마침내 알아챘을까?

아무것도 꽂지 않았을 때

비로소 자기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죽음 다음에는 그 무엇도 없기에

눈에도 흙을 뿌리고

입에도 귀에도 흙을 채운다.

 

시평) 그렇지요. 꽃병도 한 때는 흙이었지요. 그렇게 꽃병은 꽃을 꽂으므로 해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인은 “꽃이 없는 빈 병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네요. 사람도 역시 그러해서 “아무것도 꽂지 않았을 때/ 비로소 자기였다”는 말이 의미심장한데요. 수많은 관계속에서 의미를 주렁주렁 매달고 살다가 비로소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자기가 된다는 의미로 다가오네요(조용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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