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권력
고재종 시인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도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꽃핀 쳐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대붕大鵬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시평) 꽃에 대한 사유가 새로운 반전을 끌어들이고 있네요. 그래서 시인은 자연물인 꽃에서 느끼는 빛깔과 향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꽃핀 처녀들의 얼굴에서/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와 담 너머 대붕까지 아는 일이어서 그냥 이것저것 따져 물을 것 없이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고 하네요. 꽃의 권력이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구절입니다. (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