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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詩] 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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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15 18: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담석

최금진 시인

 

내 어두운 쓸개에 어느 운석 하나가 날아와 박힌 것인가

엑스레이 필름 안에 얌전히 누워 있는 7센티미터의 돌

쓸개의 쓰디쓴 즙을 흘리며 패배를 견디는 동안

백만 년이나 떠돌다 제풀에 지쳐 내 몸으로 떨어진 별 하나

내 몸이 저 돌멩이 하나를 제대로 받아냈구나

눈 오는 새벽, 비 오는 밤, 내가 보았던 그 많은 어둠이

수천만 광년을 달려와 지금 내 속에 와서 박힌 거구나

달려갈 곳을 놓친 별 하나가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덜덜 떨며 봄을 기다린다, 방치해 둔

깨진 창문들이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눈을 감는다

부처에는 이르지 못하고, 사리는 되지 못한

단단한 고집과 울화가 종유석처럼 길게 돋아나

내 몸을 뚫고 들어와 마침내 정착의 뿌리를 내렸구나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서 눈을 뜨면

몸통도 없는 귀신이

내 긴 그림자를 받쳐 들고 시중 들며 뒤를 따른다

까맣게 불탄 꼬리를 개처럼 흔들며

 

시평) 몸속에 박혀 있는 작은 돌멩이를 담석이라고 하는데요. 이 담석에 대한 표현을 어쩌면 이렇게 절묘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백만 년이나 떠돌다 제풀에 지쳐 내 몸으로 떨어진 별 하나/내 몸이 저 돌멩이 하나를 제대로 받아냈구나” 결국 내 몸은 “쓸개의 쓰디쓴 즙을 흘리며 패배를 견디는 동안” 별 하나 내 몸에 새긴 것이었네요 (조용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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