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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詩] 도토리 떨어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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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12 17: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도토리 떨어지는 날

최창균 시인

 

살모사가 굵어진 몸 말아 독 모으는 때

나무들이 구름 올리며 수분 줄이는 때

새들이 바람 불어오는 방향으로 깃털 부풀릴 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숲이 술렁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처럼 꿩이 울고 청설모가 나뭇가지 탔다

이 소란스러움 속으로 도토리 한 알 떨어졌다

가고 오는 것들의 시간으로 분주한 날

나는 비설거지 끝내고 가장 심심한 시간을 쓰려고

마당을 쓸었다 다음 생이 걸어온다는 마당을 쓸고

싸리비 엮어 대문에 기대어 놓았다

도토리는 떨어지고 나는 썰물처럼 지나가는 것들을 바라다보았다

내게 오는 것보다 지나가는 것들의 시간을 쓸 때

나는 조금은 심심하고 쓸쓸한 것이어서

그럴 때 도토리가 투 둑 툭

나를 달래어주는 것처럼 도토리 떨어지는 날로 잡았던 것이다

 

시평) 도토리 떨어지는 날에 대한 묘사가 참으로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는 시입니다. “내게 오는 것보다 지나가는 것들의 시간을 쓸 때/나는 조금은 심심하고 쓸쓸한 것이어서/그럴 때 도토리가 투 둑 툭/나를 달래어주는 것처럼” 가고 오는 것들에 대한 쓸쓸함의 묘사가 도토리 떨어지는 날에 가 닿아서 쓸쓸한 삶을 위로해 주는 것 같습니다. (조용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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