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여는 詩] 노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3.11 18:22
  • 기자명 By. 충청신문

노지

김재윤

 

 수 십 년 차고 있던 전대마냥

아랫배에 울음주머니를 차고 있는 엄마

노점단속반 기미 같은 것은 금방 알아챘다

울면서도 이문을 생각하는지

검은 봉투 같이 부스럭거린다

셈에 관해서는 저 울음을 당할 수 없다

노점에서 팔았던 각양각색만큼이나 다채로운 울음이야말로

겨울 냉이 한 무더기 같다

하우스에서 나온 것을

노지라고 속여 팔던

그 한 무더기의 파릇함

스프레이 칙칙 뿌리던 상술이 훌쩍인다

딱딱한 의자에서 옹이를 다져온 눈치 빠른 울음,

그러면 남는 것 없다는 듯

슬쩍 얹어주는 눈물의 끝자락이

서둘러 전대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너도 전대에서 나왔다고, 그래서 나는 늘 노지인가

평생을 믿어 온 얄팍한 상술 끝자락에서

엄마의 봄날이 돋아난다는 것도 알지만

생업이 몰락했음을 엄마만 모르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몇 번째 손님인가

나는 당신의 몇 번째 봄인가

 

시평) “딱딱한 의자에서 옹이를 다져온 눈치 빠른 울음”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인데요. 그 전대 속에 담겨 있는 어머니의 울음주머니에서 ‘나’도 나왔다는 사유의 확장이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나도 “늘 노지인가” 라고 묻는 시인의 질문 앞에서 고개가 숙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은 우리 삶의 모습이 비춰져서 일겁니다. (조용숙/시인)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