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김재윤
수 십 년 차고 있던 전대마냥
아랫배에 울음주머니를 차고 있는 엄마
노점단속반 기미 같은 것은 금방 알아챘다
울면서도 이문을 생각하는지
검은 봉투 같이 부스럭거린다
셈에 관해서는 저 울음을 당할 수 없다
노점에서 팔았던 각양각색만큼이나 다채로운 울음이야말로
겨울 냉이 한 무더기 같다
하우스에서 나온 것을
노지라고 속여 팔던
그 한 무더기의 파릇함
스프레이 칙칙 뿌리던 상술이 훌쩍인다
딱딱한 의자에서 옹이를 다져온 눈치 빠른 울음,
그러면 남는 것 없다는 듯
슬쩍 얹어주는 눈물의 끝자락이
서둘러 전대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너도 전대에서 나왔다고, 그래서 나는 늘 노지인가
평생을 믿어 온 얄팍한 상술 끝자락에서
엄마의 봄날이 돋아난다는 것도 알지만
생업이 몰락했음을 엄마만 모르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몇 번째 손님인가
나는 당신의 몇 번째 봄인가
시평) “딱딱한 의자에서 옹이를 다져온 눈치 빠른 울음”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인데요. 그 전대 속에 담겨 있는 어머니의 울음주머니에서 ‘나’도 나왔다는 사유의 확장이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나도 “늘 노지인가” 라고 묻는 시인의 질문 앞에서 고개가 숙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은 우리 삶의 모습이 비춰져서 일겁니다. (조용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