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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詩] 달팽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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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09 16: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달팽이의 꿈

김인숙 시인

 

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

나는 나를 운반한다

내일의 바람은 아직 내 것이 아니므로

후생(後生)에게 맡기고

꽁무니에 따라 붙는 오늘의 바람을

폐부 깊이 들이마시고

나는 나를 끌고 평생을 간다

 

온몸에 뒤집어쓴 이 알이 부화할 때까지

기꺼이 나락을 헤매다

나는 새가 될 거야

붉은 날개를 가진 새가 될 거야

종일 타오르는 불꽃,

불타는 노을이 될 거야

그러니 한낮의 뙤약볕을 나에게 퍼부어 주렴

 

내 부리와 더듬이가 말라비틀어지도록

내 심장이 타들어가도록

온몸이 날개가 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

나는 나를 운반한다

현생(現生)에 부는 바람만이

오직 내 편이다

 

시평) 세상에서 가장 느린 풍향계를 달고 나를 운반하고 있는 달팽이는 꽁무니에 달라붙는 오늘의 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나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달팽이의 이 느린 행보에는 부리와 더듬이가 말라비틀어지고 심장이 다 타들어가서 온몸이 달개가 되는 그날을 향한 우리네 인생의 행보이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의 사유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달팽이의 행보 속에서 오늘을 사는 사유를 펼쳐 봐도 좋겠습니다. (조용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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