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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詩] 바닷가 마지막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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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3.04 18:28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바닷가 마지막 집
 
손순미
 
햇살이 꼬들하다 미역줄기같이,
무겁고 가벼운 고요가 더러운 개 한 마리를 끌고 다니는 정오
 
빨간 다라에 핀 접시꽃이나 본다
채반에 널린 납세미나 본다
상자같이 허술한 집에 건들건들 한 채의 배를 타고 앉아
달포째 저렇게 잠겨있는 사내,
 
이런 존나, 이런 개…,
설핏한 나이에 죄다 욕으로 마시는 소주를 뭐라 말할까
모든 걸 다 떨어먹고 여기까지 와서
생이 이렇게 요약될 줄 몰랐다
그래 어쩔래, 나 이제 고집 센 쉰이다
 
창문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
사내를 닮은 집도 말이 없다
그 둘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동안
사내는 선창가나 한 바퀴 돌까 말까
 
이런 니미럴, 천막횟집에 상추쌈을 싸주느라 난리도 아닌 커플이
입이 찢어져라 죽는다
확, 불이라도 싸지르고 싶은 저녁이라면 어쩔 것이냐고,
파도 소리 귀에 고이도록
한 척의 사내 기우뚱, 서럽다
 
시평) “햇살이 꼬들하다 미역줄기같이,/무겁고 가벼운 고요가 더러운 개 한 마리를 끌고 다니는 정오” 서두의 묘사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꼬들하게 말라가는 사내의 삶이 바닷가 미역줄기처럼 이런저런 상황 속에 내던져지고 사내의 삶은 풍랑에 휩쓸리는 한 척의 배가 되어 “기우뚱, 서럽”기만 합니다. (조용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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