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여는 詩] 꽃 보자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5.03.02 18: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꽃 보자기

이준관 시인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

남녘엔 봄이 왔다고.

머리를 땋아주시듯 곱게 묶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남녘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벌써 어머니의 젖망울처럼

꽃망울이 맺혔겠다.

바람 속에선 비릿한 소똥 냄새 풍기고

송아지는 음메 울고 있겠다.

어머니가 싸서 보낸 보자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식구들의 밥이 식을까봐

밥주발을 꼭 품고 있던 밥보자기며,

빗속에서 책이 젖을까봐

책을 꼭 껴안고 있던 책보자기며,

명절날 인절미를 싸서

집집마다 돌리던 떡보자기며,

그러고 보면 봄도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서 보냈나 보다.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풀꽃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꽃 보자기에 싸서.

 

시평) 어머니가 싸 보내신 보자기 속에서 봄이 와장창 쏟아져 나왔네요. 오늘은 어머니가 보내신 보자기를 풀어서 아지랑이와 꽃망울은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내어놓고, 소똥 냄새와 송아지 울음은 집안 가득 울려 퍼지게 하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조용숙/시인)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