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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아침에] 노인 일터, 아파트 경비원의 서글픔을 달래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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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10.19 18: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 명 섭 주 필

“비정규직인 경비원들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어서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 삶의 의욕을 북돋워줘야 한다”

단지 개념이 처음 도입된 아파트는 64년 완공된 서울 마포아파트다. 이후 우리나라 아파트는 진화를 거듭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토대로 지금은 고층, 중대형 아파트에다 2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까지 탄생하는 등 대단지 아파트가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50층이 넘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시대도 열렸다. 때문에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이 50%를 육박했다. 아파트가 주거문화의 대세로 완전히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 이런 속에서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경비원이다.

그래서 명절 때면 경비원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며 입주자와 정을 나누는 풍경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경비원 수난 시대다.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모멸감이 원인이었다.

경비원은 아내에게 "세상을 먼저 떠난다"며,"사랑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을 시도, 전신에 3도 화상을 입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동료 경비원은 "입주민의 폭언 때문에 목숨을 끊으려 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경비원들의 노동실태의 한 단면을 보여 준 셈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경비원이 목숨을 버리려 했을까? 동료는 "입주민의 폭언 때문에 괴로워하며 분을 못 참아서 자기 차량안에서 신나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경비원도 사람이고 인격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욕만이 아니다. 달달 볶아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얼마 전 경남 창원에서는 유사한 이유의 폭언 때문에 경비원이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일도 있다. 이런 경비원들은 대부분 한평 남짓한 좁은 경비실에 앉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심지어는 경비실내 화장실에서 밥도 지어 먹어야 한다.

그런 열약한 근무환경에서도 주민들에게 밉보이면 언제 해고 당할지 몰라 참고 견뎌야 할 숙명의 자리다. 그래서 억울한 일이 닥쳐도 참는 수 밖에 없다. 무조건 주민한테 굽실굽실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 않으면 사무실에 민원을 넣으면 그 길로 일자리를 잃기 쉬워 숨 죽이며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비좁은 경비실 시멘트 바닥에서 새우잠은 기본이다. 경비원은 도둑만 지키는 것은 아니다. 주차관리에서 택배, 우편물 수령, 잡일 등 아파트의 온갖 허드렛 일로 지쳐 있다. 그런데도 대접받지 못하는 근로자아닌 근로자가 분명하다. 힘들고 녹록지 않은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위험수위(?)다.

게다가 임금은 월 100만원을 웃도는 곳이 수두룩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젊은이는 외면하고 실버 층이 단골 취업 고객이다. 하지만 이런 근무환경과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으로 주민들로 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가 문제다. 특히 노인 경비원들은 젊은 부부들로 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당하는 괴롭힘을 생각하면 떠나고 싶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참고 지낸다.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인격 무시와 폭언이 반복되면 약자인 경비원은 이를 이겨내지 못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갈 수 밖에 없다. 물론 경비원들의 힘겨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이 경비원으로 몰리고 있어 우리의 그늘진 노인실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파트 경비직은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인기 직종의 하나다. 특히 '준비되지 못한' 노후를 맞은 노인과 빈곤층에는 선망의 일자리여 큰 불만이 없다. 젊은 시절 하던 일과 무관하고 근무여건과 보수도 좋지 않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일터다.

정부는 노인을 위한 각종 복지 혜택을 베풀고 있지만 인터넷 등 정보력이 부족한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경비원의 비정규직이란 미흡한 법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 해 그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할줄 안다.

오늘도 전국의 많은 경비실 밖에선 사소한 문제로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경비원들이 큰 소리로 야단 맞는 일이 다반사일 것이다. 그래도 경비원들은 열약한 초소에서 소리없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분을 되새기는 모습은 삶 때문에 격는 안쓰러움이 측은함을 느끼게 한다.

입주민이 갑(甲)의 지위를 악용해 ‘을(乙)인 경비원의 인권이 침해 당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이 노인인데다 비정규직인 경비원들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어서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 삶의 의욕을 북돋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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