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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아침에] 요란스런 ‘단통법’ 소비자만 우롱당했다

“단말기유통개선법을 시행하는 목적은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으나 결국은 소비자만 우롱당한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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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9.28 18:1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 명 섭 주 필

고사성어에 ‘용두사미’가 생각난다.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가 붙었다는 것을 뜻이다. 시작은 요란하니 위세는 좋은데 소리를 외친 후에는 무엇으로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 고심하는 것에 비유한 말인데 시작은 거창하게 하다가 마무리에서 흐지부지하게 끝날 때 흔히 쓰인다.

이런 고사성어인 ‘용두사미’의 옛 말이 최근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통했다. 올해 이동통신분야 최대 이슈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이 바로 용두사미의 대표적 사례로 화두에 올랐다. 이제껏 큰 소리만 쳐 오던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단통법의 고시안 11개 중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조항을 갑자기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법 보조금 방지와 가계통신비 경감이라는 거창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당당하게 내세운 단통법에서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조항을 배제한 것은 용두사미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가 시행되게 되면 이동통신 고객들은 휴대폰 기종별로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보조금 규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이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 바로 단말기유통개선법이다. 혼탁한 경쟁과 일부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당국의 취지였으나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단말기의 전체 보조금에는 통신사가 주는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장려금이 혼재되어 있다. 이것을 당국이 분리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가 단말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는데 시행을 코앞에 두고 분리 공시가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허탈할 뿐이다. 일각에선 법제 간 충돌이 있다고들 하지만 결국 이통업계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으로 보인다.

휴대폰 분리공시가 시행되게 되면면 소비자는 보조금 중 이통사 와 휴대폰 제조사간의 판매장려금을 각각 지원했다는 내용을 상세히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위한 조치인 듯하다. 정부는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얼마의 보조금을 지급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불법 보조금 경쟁을 알 수 있고 막을 수 있는데 그 자리를 놓치게 됐다.

이처럼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조항을 놓고 큰 소리를 치던 규제개혁위원회가 심사에서 이 조항을 빠뜨린 것은 이상하다. 결국 고객들만 우롱 당했다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통시장에서 보조금 경쟁을 막을 차단 장치를 잃었고 이통 가입자를 또 다시 바보로 만들고 말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1년 여에 걸쳐 공을 들여 겨우 단통법을 입안했으나 하루 아침에 안쓰럽게 만들었다. 물론 상위법인 단통법과 하부 고시가 서로 상충되고 휴대폰 수출확대에 부정적이란 규개위의 명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통 가입자에 속한 이통시장에서의 보조금 역차별 해소와 소비자의 알권리 보호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은 ‘용두사미’로 끝난 단통법 때문에 더욱 혼탁해질 이통시장에서 우롱당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도대체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가 뭐길래 그러는지 모르겠다. 시중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놓고 통신시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어왔다. 통신사들은 남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정부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천문학적인 보조금 전쟁을 벌였다. 그런가운데 정부의 제재조치로 영업정지가 되풀이됐지만 이제껏 시정되지 않았다. 보조금의 한도는 있으나마나 한 것이 돼버렸고 이런 불투명한 시장이 계속 유지되면서 실제 단말기 값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 채 언제나 베일에 가려져 있게 됐다.

보조금 분리공시가 무산되면서 업계 보호가 우선이 되고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는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차라리 정부가 보조금 문제에 간여하지 말고 모든 것을 이동통신 시장에 맡겨 경쟁하게 하는 것이 나을 뻔 햇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단말기유통개선법을 시행하는 목적은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으나 결국은 소비자만 우롱당한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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