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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자락 솔향 듬뿍 담은 송로주(松露酒)

충북무형문화재 3호 임경순 장인 손 끝 명품 탄생
속리산 대표 민속주 명성 … 추석 선물 주문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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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8.20 18:26
  • 기자명 By. 김석쇠 기자

지극한 정성과 가장 좋은 재료가 만들어낸 송로주 한방울 한방울에 임경순 장인의 땀이 베어 있다.

충북의 알프스로 유명한 보은 속리산 ‘술 빚는 마을’ 구병리. 이곳에서 속리산 솔향을 머금은 보은 송로주(松露酒) 제조장인 임경순(58·충북도 무형문화재 3호)씨를 만나보았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송로주는 속리산 구병마을에 또 하나의 명품이 만들어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화제의 명품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고유에 민속주 ‘송로주’가 속리산의 대표 민속주로 알려져 금년 추석명절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송로주로 충북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받은 임경순 명인 부부가 추석선물로 밀려든 주문 양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기자를 만난 임장인은 송로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며 “요즘 각 지역마다 자기고장의 특산물을 이용하여 민속주를 만들고 있다”며 “대기업과는 달리 민속주를 만드는 장인들은 영세한 곳이 많아 막대한 광고비용이 없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빛을 보지 못하고 도산하는 곳이 있다”면서 정부가 이를 위해 나서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임씨가 송로주와 만난 것은 1993년, 국내 유일의 송로주 제조기능 보유자인 신형철 씨가 송로주를 빚을 적당한 곳을 찾아다니던 중 임씨와 우연히 마주쳤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신씨는 구병리를 최적지로 선택했다. 6년에 걸쳐 송로주 재현에 성공했고, 생산준비가 한창 진행되던 중 그만 신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시련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6년간이나 생업이던 농사일을 내팽개치고 송로주에만 매달렸던 임씨는 절망에 빠졌다. 술을 만들 수 있는 제조면허도, 동업자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그로서는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송로주 재현에 젊음을 바친 임경순씨. 그러나 그는 결국 열정 하나로 전수교육자로 지정됐다.

“‘송로주’를 만들어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30대 후반부터 바친 제 열정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수소문해 1999년 ‘전수교육자’로 지정이 되어 면허를 얻게 됐습니다.”

그러나 난관은 또 있었다.‘송로주’란 이름을 1994년 두산백화에서 상표등록을 해 놓았던 것이다.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만든 술을 세상에 내 놓을 수 있다는 단꿈에 젖어있던 임씨는 또 한번 좌절하고 말았다.

“상표등록이 뭔지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두산백화측에 ‘송로주’는 저의 모든 것이라며 눈물로 호소했지요.제발 술 이름을 쓰게 해달라고요.”

세상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고 했던가. 두산백화측에서 조건없이 임씨에게 상표권을 이전해 주었다.

“돌아보면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술을 만들어 보답하겠습니다.”그는 그동안의 고생을 모두 잊은 듯 환하게 웃었다.

욕심없는 임씨는 “우리 전통 술이 외국 고급양주보다 훨씬 우리 몸에 잘 맞으며 좋은 약재들을 포함하고 있는 기능성 술”이라고 우리 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모든 게 마찬가지에요. 재료가 일단 좋아야죠. 그게 기본이라 이거죠. 증류수의 경우는 곡주가 쉬거나, 과일주에서도 상품가치가 떨어져서 팔지 못 하는 것으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마음이란 거죠. 정성.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으로 만들어야죠. 가장 좋은 재료로 정성을 들여서 만들면 당장은 이익이 많이 남지 않고 사람들이 안 알아주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알지 않겠나 싶어요.”

임 명인은 이어 “쌀 한 말을 하려면 솔옹이를 생률 쳐 고이 다듬어 놓고 섬누룩 넉 되를 넣고 물 서 말을 부어 빚어 두었다가 멀겋커든 소주를 여러물 갈지말고 장작을 때 고면 맛이 좋고 백소주로 받아 먹어야지 절통도 즉시 낫느니라”고 기록되어 있다. 봉룡 등의 한약재를 첨가한 때문일 것 이라고 한다.

또 임 명인은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으며 ‘동의보감음식법’에도 관절·신경통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고 했다.

“술을 만드는 데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지요. 전에는 장작으로 불을 때고 했는데 판매용은 스팀으로 해요. 상품이 되려면 도수, 색깔, 맛 이런 것이 일정해야 하니까요. 술에 자잘한 앙금도 녹아 있고요. 불을 잘 못 때면 눌어붙어 탄내가 나게 되지요. 감압식으로 해 놓았어요. 산에서 밥을 할 때 90도 이내에서도 밥은 되지요. 밥이 되기는 해도 기압이 낮으면 위에는 설고, 중간엔 익어도 밑에는 타고 그러지요? 알콜은 70도가 넘으면 끓어요. 술은 기압을 60기압까지 내려서 40도에서 증류를 해요. 증류된 알콜이 찬 데에 부딪히면 이슬처럼 응결되어 맺히는 거죠. 친구들과 나눠 먹기 위해서는 상관없지만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현대화가 필요해요. 온도 조절기는 쓰지 않고 계속 붙어 서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송로주가 비싸다고도 해요. 만들기 위해서 마음을 쏟고,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비싸다고는 할 수 없어요.”

임경순 장인은 좋은 술을 빚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극한 정성과 좋은 재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벼이삭이 자라듯이 송로주 또한 임 장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맺힐 것이다. 셀 수 없이 오고 간 임 장인의 발걸음과 정성을 알게 된다면 송로주 한 방울 한 방울의 가치도 알게 될 것이라고 한다.

보은/김석쇠기자 ssj4112@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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