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날뛰고 미쳐도 단 한 단계의 신분상승도 안 되는 현실에 청소년들의 좌절과 자조가 치킨을 통해 풍자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 치킨에 빗댄 자조적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결국 치킨집을 차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의 유머다.
청소년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내용은 1~3등급은 시켜먹고, 4~6등급은 튀기고, 7~9등급은 배달한다는 것. 치킨을 빗대 청소년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불가항력적이고 불투명한 자화상임을 스스로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될 청소년들이 모든 희망을 포기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암울할 뿐이다. 한때 불가능은 없다, 성공해 정상에서 만나자는 등의 각종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문구가 언제부턴가 내일의 불운으로 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번 등급이 정해지면 돌이킬 수 없다는 스스로의 최면으로 변화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다는 얘기다. 자신이 본능적으로 등급을 나누고는 대열에서 밀린다 싶으면 젊은 패기와 투쟁심은 실종된 지 오래다. 형식적인 반항조차도 전혀 없이 무기력한 그대로 현실을 수긍하고 복종할 뿐이다.
2000년대 초기는 실직 또는 명퇴한 40대가 주를 이뤘으나 요즘엔 30대도 치킨집을 창업하려고 나선다. KB 경영연구소는 지난 7년간 서울서만 3805곳의 치킨집이 개업하고 2686곳이 폐업했다고 밝혔다. 이들 치킨집을 비롯한 창업자 거의 대부분이 성공과 신분상승 등 신변이 바뀌기는커녕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비관하기에 이르렀다는 중론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발표에 따르면 13∼19세 청소년 가운데 ‘나의 계층이동 가능성은 낮다’고 대답한 비율이 무려 34.3%로 이를 그대로 대변해줬다. 적어도 청소년들에게 희망찬 내일이 있는 사회로의 복귀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도 이렇게 수많은 청소년들이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하면 된다는 희망찬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