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고통과 시련을 안겨줬던 세월호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도 애도의 기간을 갖는 차원에서 선거운동과 경선일정을 그간 중단시켰다가 이제 서서히 시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선거 연기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애도기간 중 후보들은 일체의 시끄러운 선거운동이나 심지어 당을 상징하는 점퍼 등의 착용조차 하지 않은 채 애도 문구만 전달했다.
도리어 과한 욕심을 부려 물의를 일으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갈까 본인들이 알아서 말과 행동을 아꼈다.
다만 막후에서 움직이며 동네 행사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나타나 명함을 건네고 얼굴을 알리는 정도로 그쳤다.
하지만 이제 다시 링 위에 올라가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후보들 간에는 애도기간이 경선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로 머릿속이 복잡하게 됐다.
인지도나 호감도 면에서 앞서있던 후보들은 선거운동 일정이 중단된 만큼 크게 손해 볼 건 없다는 입장이나 반면에 경선기간동안 붐을 일으켜 전세를 뒤집어보려 했던 후보들의 속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민심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4년 전 천안함 사건 때는 안보 이슈와 맞물리면서 사건과 선거가 함께 요동쳤지만, 세월호 사건은 비슷한 사건임에도 지방선거에 나서는 공주지역의 시장후보들, 도의원, 시의원 후보들이 애도 이외에 딱히 코멘트를 더할 것도, 해결책을 제시할 것도 없는 사건이다 보니 선거와의 연관성은 완전 떨어진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은 후보경선을 30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선거활동을 재개한다는 게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선거가 코앞인지라 다소 욕을 먹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주지역에서 비교적 많은 후보들이 이미 정해져 있던 것과는 달리 새누리당은 경선과정에서 열기를 일으켜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기에 세월호 침몰과 관련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으니 삼중고다.
하지만 공주지역에서 이미 여당이 많은 지지세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추격자의 입장인 야당의 후보들도 선거운동 중단기간이 꼭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았을 거란 분석도 가능하다.
애도의 기간이었지만, 또 시간은 그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몸과 마음으로는 슬픔을 안고 있었을 그들이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선 또 어떤 출구전략들을 갖고 있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