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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박근혜 정부를 읽는 몇가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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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1.02 17:40
  • 기자명 By. 강재규 기자
▲ 강 재 규 서울본부장

축구에, 시작하고 5분, 끝나기전 5분이란 말이 있다.

휘슬이 불고 처음 몸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5분간 잘못했다가는 선취골을 내줘 경기가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엉망으로 되어질 수 있다는, 혹은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막판 실점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으로서는 정권 절반은 넘긴 것만큼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집권 초반 천신만고 끝에 인사검증문턱을 넘었나 무섭게 야권에서 줄기차게 물고 늘어진 국정원 댓글의혹사건은 1년 내내 물고물리는 지리한 정쟁을 거치며 특위를 통해 국정원개혁안에 전격 합의, 큰 고비를 넘겼지만 연말 온통 나라를 혼돈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철도파업사태는 박 정부에 작지않은 데미지를 안겼다.

혹자는 이 사태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 수상을 닮았다고 하기도 하고, 다른 혹자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을 빼닮았다고도 말한다.

둘다 틀리진 않는다.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법과 원칙을 앞세워 결코 물러설줄 모르는 이들 영, 미 지도자들과 흡사한 것을 수긍할 수는 있겠으나 내가 보기엔, 그는 차라리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 구석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반을 넘길 때쯤이었다. 이 때는 이미 초반부에 야당으로부터 사상 초유의 탄핵을 당한 뒤 총선에서 판세를 완전히 뒤집은 후였다.

그는 한 초청 다과회에서 “난 처음부터 레임덕이었다”고 조크했으니 결코 그냥 한 말을 아니었을 것이다. ‘바보 노무현’소리를 스스로 들어가며 뚜벅뚜벅 나아갔고, 어떤 일들은 노무현 아니면 못할 일이란 소릴 들어가며 혁신과 규제개혁, 분권과 균형발전에 속도를 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실제로 그의 그런 치적은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 결실을 맺고 있는 것도 있다. 세종시 구상과 중앙정부 부처 기관 지방이전 사업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중반부 국민적 지지도는 10%대로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악의 수준였다.

그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초반보다는 다소 처졌지만 50%를 조금 밑돌만큼 여전히 강력하다. 역대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현 박 대통령이든 반정부 구호는 늘상 있어 왔다.

이를테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것이나, 이 대통령이 ‘MB 아웃’에 시달린 것이나, 현 박 대통령이 ‘박근혜 아웃’ 구호에 노출된 것이 그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책에 철학이 배어있지 못하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일지언정 청와대와 각 부처가 추진하는 정책들에 과연 제대로된 철학이 배어있는건가 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점을 한번 보자. 이들은 싸움의 법칙을 안다. 반드시 또래중에 제일 힘센 녀석을 고른다.

제일 힘센 놈을 이기면 그 이하는 싸울 필요가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초부터 보수언론과 잔뜩 각을 세웠던 것이나, 공정위가 ‘삼성전자 위험론'을 제기하며 재벌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면 박 대통령은 민주노총 산하의 주력부대라 할 철도노조를 자극해 공공부문 개혁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899년 경인철도 개통이후 114년 동안 유지돼온 철도 독점체제를 허물고자 하는 철도부문 개혁에서 성공하면 다른 공공개혁은 손 안대고도 한다.

귀족노조의 전모를 까발림으로써 파업초반, 아니 파업에 돌입하기 전에 대국민 선전전에서 이기고 갈 수도 있었던 것을 경찰력만을 믿고 밀어붙였다가 수서발 고속철도의 민영화 소리한번 내지 못한 채 도리어 경찰은 수모를 당해야 했던 것은 실책에 가깝다.

또 한가지, 싸움의 논리와 이론적 배경은 의외로 양 정부 공히 단순하다. 아이들이 하는 말 `혼자만 먹지 말고 같이 나눠 먹자'는 식이다. 그걸 어른 식으로 표현하면 `균형과 평균의 법칙'이었고, 박 대통령 정부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이다.

때문에 노무현에게 균형과 평균의 법칙을 벗어난 곳은 예외없이 공격의 대상일 뿐이었고, 박근혜에게 ‘비정상’인 곳은 무조건 개혁의 칼이 미칠 것이라 보면 맞다.

말하자면 전국 생산성 면에서 보면 ‘균형과 평균의 법칙’을 벗어난 독과점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고, `시장실패'는 타도의 대상이며,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채워주는 식의 ‘비정상’인 곳은 개혁의 대상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탄핵에도 아랑곳 않고 호시우행한 점이나, ‘불복투쟁’에도 아랑곳 않고 국민만을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역시 빼닮은 구석이지만 ‘초반 실점’의 악재를 딛고 임기 2년차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올 한해 주의깊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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