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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데스크 시각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어진 지도자 선택하면 이루어지고 어리석은 이를 쓰면 어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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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1.28 18:31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안 순 택 편집부국장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어진 지도자를 선택할 경우에는 이루어지고, 어리석은 이를 쓰면 어그러진다. 선거야말로 정치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조선 후기의 뛰어난 실학자 혜강 최한기(崔漢綺. 1803~1875) 선생은 ‘사람을 선택하는 일’, 선거의 중요성을 이렇게 들려준다. 그는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은 再 選擧라)’라고 재삼 강조한다. 천하의 근심과 즐거움이 선거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내년에는 시장과 도지사, 교육감, 구청장과 군수, 의회 의원을 새로 뽑게 된다. 여권 야권 할 것 없이 자천타천 후보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뜻이 있는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질주를 시작했다. 둘 이상 모이면 누가 ‘감’인지 선거 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시민들 관심 또한 높다.

내년 선거를 잘 치르려면 후보들과 정당이 공정하고 깨끗한 게임을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유권자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권자가 후보 개개인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내가 아닌 다름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장관들의 인사청문회만 봐도 안다. 청와대에서 이 나라 정보망을 총동원해서 괜찮다고 보아 선택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하자투성이다. 사람을 뽑아 쓰는 일은 성인이라는 요(堯) 임금도 힘들어했다.

조선 선조 때 정승 이동고(李東雇)는 판서감을 고르기 위해 두 사람을 술집에 데려 가고 있다. 정승이 기생의 손을 잡고 “오늘 밤 나와 동침하지 않겠는가”하고 묻자, 기생은 “천첩이 대감을 모신다면 자식을 낳았을 때 지체가 이 두 영감과 같을 터이니 어찌 지극한 영광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두 사람이 모두 정실이 아닌 소실 소생인지라 기생과 미리 짜고 국량(局量)을 떠보았던 것이다. 한 사람은 안색이 태연하며 못 들은 체 했고 한 사람은 발끈하여 안색이 변했다. 누가 판서 자리에 등용됐겠는가.

지도자를 뽑는 게 중요하기는 하나 술집에 데려갈 수도,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일일이 평가표를 작성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뽑을지 다른 사람을 교사 삼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브라질의 쿠리치바시 자이미 레르너 시장은 인간 중심의 생태도시를 탄생시켰다. 다른 후보가 도로를 넓히고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게 도시문제의 해결책이라 외칠 때 그는 부자건 가난뱅이건 똑같은 삶의 질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이 되자 도로를 넓히는 대신 보행자 전용도로를 만들고, 승용차를 억제하고 버스교통체계를 구축했다. 하천엔 제방을 쌓는 대신 나무를 심어 각광받는 생태도시로 바꿔놓았던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위성도시 크레믈렝 비세트르시의 클레딘 데스모 시장은 ‘할머니 시장’으로 유명하다. 여성의 섬세한 감각과 억척스러움으로 시를 문화도시를 바꾸었다.

문화의 불모지 소리를 듣던 시에 유명한 작가 이름을 딴 ‘앙드레 말로 문화관’을 짓고, 주민들을 설득해 세금에서 일정액을 떼어 건축비를 충당했다. 이 문화관에선 파리에서 맛볼 수 없는 고급문화의 무대가 자주 마련된다. 관객의 60%는 파리 시민이다.

요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미래지향적 리더십과 도시경영 마인드, 도덕, 청렴, 정치적 능력, 국제 감각 등 5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유권자 자신이 지역발전에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 앞서 소개한 환경 의식이라든가, 문화적 소양 등을 덧붙여 가면 평가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후보들의 행동과 말을 관심을 가지고 보고 듣고,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무엇인지, 우리에게 쓸모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선택한 사람이 앞으로 5년간 우리의 삶과 삶의 질을 책임지게 된다. 유권자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좋은 일꾼’을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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