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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증오의 정치’, 국민이 심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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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1.21 18:28
  • 기자명 By. 강재규 기자
▲ 강 재 규 서울본부장

얼마전 상영됐던, 봉준호 감독 영화 ‘설국열차’는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가 모티브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설정돼 펼쳐지는 액티브한 장면이 숨가쁘게 이어지는 영화다. 앞칸을 향한 뒤칸의 증오가 폭발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언젠가는 터질 것만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여 달리기 시작한지 10개월째다. 국회라고 하는 정치판이 그 배경과 무대가 다를 뿐이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권력을 쥔 새누리당쪽이 앞칸, 추운 곳에 내몰린 민주당이 뒷칸을 매우며 권력에 춥고 배고파하는 형국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맨뒤칸쪽의 민주당이 앞칸쪽의 새누리당을 향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의혹사건을 들이대며 인정하고싶지 않은 심사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했으니, 게임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잔뜩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야당은 심사가 보통 뒤틀린게 아니다.

백약이 무효다. 어떤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도 소용없다.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던지 '양특(특위, 특검) 카드'를 받지 않으면 아무런 대화도, 향후 어떠한 정치일정도 거부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최근 법무장관과 국정원장 등에 대한 대통령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는가 하면 문형표 복지부장관 후보자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 임명을 거부하는 등 그저 '올 오어 낫씽' 전략뿐이다.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정치권의 대화를 전제로, 양당합의를 전제로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며 공을 국회로 던졌지만 그도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정국이라면 지난 2004년 1월 5일 새천년민주당의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면서 본격화된 탄핵정국만큼이나 교착된 상태다.

당시 정국은 같은 해 3월 5일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 위반과 측근비리 등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하지 않을 경우, 새천년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특별기자회견을 하면서 촉발된 것이었고,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하자, 3월 9일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곧바로 헌법재판소에 탄핵의결서가 접수됐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는 4월 15일 치러진 제17대 국회의원총선거에까지 이어져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고, 제1당이던 한나라당은 121석밖에 얻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제2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9석, 자유민주연합은 4석을 얻었다. 헌재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에 앞서 그걸로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한 야권의 증오가 빚은 헌정사상 최악의 사태로 결론났지만, 지금 여야는 입장이 바뀌어 다시 '증오의 정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으로 봐서는, 1차적으로 이 '증오의 정치'가 종결되려면 아무래도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더 멀리는 2016년 제20대 총선이 마무리돼야 끝날 것만 같다.

여기에 야권의 새로운 주자, 곧 안철수 신당이 이들 선거에 변수다. 안철수 신당이 뜬다고 해서 야권 균열이 당장에 일지는 않겠으나 향후 양대 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가 이어진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탄핵’과 ‘증오의 정치’가 사그러들 것 아니겠는가.

서울 강남에서 만난 한 중견 기업인의 소리다. “내년 지방선거 끝나면 민주당 사라지는것 아냐?” 정치권의 끝모를 대치정국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이려니 하면서도, 그간 19대 국회이후 4차례 재보궐선거에서 모조리 패배한 민주당을 향한 비아냥으로 들려온다.

그렇지 않고, 민주당이 현재의 지지도를 유지하거나 확대된다면 여당과 대통령은 여권 간판 내릴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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