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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단풍이 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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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31 19:18
  • 기자명 By. 김형중 기자
▲ 김 형 중 편집국 부국장

단풍이 어느새 설악산을 시작으로 계룡산에서 절정을 만들고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산자락의 나무들은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었다.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우리지역에도 계룡산, 대둔산, 칠갑산 등 모든 산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붉고 노랗게 단풍이 드는 이유는 뭘까. 가는 계절이 서러워서일까. 그래서 온몸을 불사르며 마지막 작별을 노래하는 건가. 절정기 고운 단풍은 ‘몰아(沒我)의 경지’라 할 만큼 아름답다. 그 화려한 만큼이나 고난의 시간을 보냈음이리라.

‘원색의 향연’속에는 죽으려 면서 펼쳐 보이는 저녁노을의 화려함도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곱게 수놓는 자연에의 귀의이다. 그러기에 아름답다. 고개 숙어진다. 가을 내음이 가슴을 설레게 해서일까.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서일까. 불현듯 삶의 여유를 찾기 어렵다는 불안이 엄습하기도 한다.

단풍의 그 오묘한 색깔들은 더욱 마음을 당긴다. 잎 몸이 10여개로 갈라져 눈이 시릴 만큼 붉은색을 내는 당단풍나무, 황갈색으로 단풍이 들었다가 나중에 주홍빛을 내는 산벚나무,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고 있는 샛노란 은행나무는 단연 가을 단풍의 압권이다.

그래서 단풍철이 돌아오면 김영랑의 향토색 짙은 시 ‘오매 단풍 들겄네’가 자주 읊조려진다. "오매 단풍 들겄네/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오매 단풍 들겄네."

가을 단풍은 참으로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한다. 낭만에 빠져들게 하기도하고 때론 인생의 황혼에 비유되기도 하면서 우리 인생을 쉬었다가는 정점으로 다가온다. 우선 낭만적인 분위기를 보자. 아줌마들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다. 산길은 온통 단풍 카펫을 깔아놓은 듯해서 밟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날아갈 것 같다. 언제 번잡한 세상 시름을 안고 살았는가 싶을 지경이다.

어디 이뿐인가. 단풍 숲에서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배는 듯하고, 눈부신 단풍에 달빛이 비치고, 벌레 소리까지 자지러지면 가을은 형언할 수 없는 낭만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홀연히 떠나는 이유가 된다.

단풍은 곧잘 인생의 황혼에도 비유되곤 한다.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들듯 황혼의 노을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늙음. 자기의 할 일을 다한 마지막이 아름다운 삶은 긴 감동을 준다. 황혼이 아름다운 건 해 저문 노을을 미소로 품을 수 있고, 삶에 고마움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단풍과 낙엽은 끝은 아니다. 새봄에 다시 돋아날 새싹을 기약하고 있다. 단풍이 진정 아름다운 까닭은 새 생명의 잉태를 예고하기 때문이리라. 새삼 생명에의 외경에 홀로 숙연해진다.

단풍은 모든 이들을 시인으로 만든다. 도종환 시인의 ‘단풍드는 날’이란 시가 가슴에 딱 와 닿는 것도 그 이유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깨달음도 있다. 단풍은 무욕이나 빈손, 빈 마음과 동의어란 생각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운다. 미움과 탐욕을 버리고 아름다움과 너그러움을 채우는 지혜를 들려준다.

시인 윤동주는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이 마련되고 있다”며 단풍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기도 했다.

힘들고 팍팍한 살림에 단풍놀이를 할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을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인 단풍을 찾아 훌훌 털고 발길을 옮겨보자. 단풍 속에 빠져보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까지도 함께 물들어져 ‘힐링’이 된다. 혼자여서도 좋고, 가족들과 같이 가도 좋다. ‘오~매 단풍 들었네’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깊어가는 이 가을, 주말엔 잠시 시간을 내 동네 산이라도 찾아 고운 빛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단풍철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잎새가 되기 전에 나를 위해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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