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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끈 매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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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29 18:51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안순택 편집부국장

때가 되기는 됐나 보다. 문자메시지 수신이 부쩍 늘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하니 관심을 가져 달라는 메시지다.

선거는 아직 아홉 달이나 남았는데 선거판은 벌써 요동치고 있다. 염홍철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내려놓기가 아니라 선거판 호수에 큼지막한 바윗돌을 던져 넣은 모양새다. 정치권이 정신없이 출렁거리고 있으니, 시장 아닌 다른 공직에 도전하는 이들도 덩달아 바빠진 듯하다.

시민 또는 도민, 구민 혹은 군민의 삶의 질을 한 몸 바쳐서 높여보겠노라는 충정을 가진 이가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이왕 하는 거, 내년 선거는 제발 지방선거답게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바람을 꾹꾹 눌러 담아 신발 끈 매는 이들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리려 한다.

먼저 민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주민의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주민의 생각에 귀 기울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나 민심보다 ‘통심’(대통령의 의중), ‘당심’(소속당의 의도나 방향)에 귀를 대는 이들을 더 많이 보아왔다.

안다. 민심의 실체가 뭔지도 불분명하고, 민심을 잘 안다고 해봤자 주민들이 뽑아주는 것도 아니라는 거. ‘통심’이나 ‘당심’을 꿰뚫고 있어야 출마의 끄트머리나마 붙잡을 수 있다는 거. 하지만 장사 하루 이틀 하고 말 것 아니잖은가.

그리고 싸워라. 자신의 주장을 내놓고 상대편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민주주의의 묘미는 중구난방이고 꽃은 토론이다. 싸워서 부딪히고 깨져야 사회에 해가 될 만한 모서리가 떨어져나가고 쓸데없는 껍데기도 벗겨져서 알맹이만 남게 된다. 알맹이가 보여야 유권자들이 주장의 분명한 의미를 알게 되고, 검증도 하고 책임도 물을 수 있다. 싸움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정치인답게 말로 싸우면 된다.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해보라.

민심을 들었다고는 하나 앞뒤 잘라내고 비틀어서 자신의 주장에 꿰어 맞추는 이가 있다. 싸우라고 하니 상대편의 최악의 발언이나 행태를 과장하고 꼬투리 잡아 왜곡의 완장을 채우는 저질도 있다.

왜곡의 비유로 종종 쓰이는 이야기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이 만든 침대에 뉘어 놓고 키가 침대보다 크면 다리와 머리를 잘라내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몸을 늘려서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그의 악행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끝이 난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잡아서 침대에 누이고는 똑같은 방법으로 머리와 다리를 잘라내어 처치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가 만들어 놓은 틀에 맞지 않는 사람은 모두 죽고 말았으므로. 어째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여기까지는 기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을 쟁점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독한 수도권 중심의 국가구조에서 ‘을’에 급급한 지방의 처지는 어느 선거에서 말해져야 하는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지역발전정책은 뒷걸음질이다. 대통령 소속 지역발전위원회는 지난달에서야 ‘지각출범’했고, 지방분권과 지방행정체제개편을 담당해야 할 지방자치발전위는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지방발전을 위한 현안들이 ‘올스톱’됐다는 얘기다.

아무리 소리 질러 봤자 대통령이 꿈쩍도 않는 걸 어떻게 하느냐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사람도 돈도 서울로만 몰려가고 지방은 시들어가는 걸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명제를 주민 의식 속에 심어야 한다. 이 일을 누가 할 것인가. 지방 엘리트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절호의 기회다. 집단의식이 바뀌면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렇다면 마땅히 지방의 의제가 나와야 하고 뜨겁게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 내년 선거만큼은 지방선거다운 지방선거를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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