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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학’의 대가(大家) 김유혁 박사

古典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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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7.29 17:13
  • 기자명 By. 강재규 기자

8권 분량의 ‘제왕학’ 집대성

공명과는 거리 먼 영락없는 이 시대 ‘선비’

 

-한·중·일 제왕 섭렵…각 나라 시대상을 꿰뚫는 안목 빼어나

-“145일간의 충남도청이전추진위원장으로서의 인연 잊지 못해”

-70년대 새마을운동 정신·이론적 토대 제공…국민적 계몽 앞장

예로부터, 청풍명월 ‘선비의 고장’, 충청이 다시 깨어나고 있습니다. 정관계와 산업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스포츠계 등 각계에서 충청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데에는 역사적으로 면연히 흘러온 충청의 혼과 무관치 않습니다. 이에 ‘충청인의 새아침’을 여는 충청신문이 그 충청의 혼을 계승,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거나 현재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저명인사들을 찾아 나섭니다. 흔들림없는 충청의 정신은 때론 국가와 민족, 그리고 우리 사회에 횃불처럼 피어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때론 불굴의 정신으로, 외곬 장인정신으로 예술혼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애독자 여려분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충청초대석이 충청의 혼과 정신을 살려내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국내 ‘제왕학(帝王學)’의 일인자 항산(恒山) 김유혁(81·金裕赫) 박사는 본래 ‘도시ㆍ지역개발학’이 전공이다.

충북 음성이 고향으로, 일본 명문 와세다(早稻田)대 공학부출신의 도시사회학 학자였다.

나름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15년여전, 대학 교수 정년을 앞둔 상태서 전공분야를 접고 제왕학 분야로 새로이 눈을 떠 ‘연구’에 전념했다.

그 때부터 진정한 인생의 지혜를 새로 배웠다. 지금은 그 깊이와 넓이가 어느 누구도 따르기 어려운 경지다.

평소 성품 역시 자신을 과장되게 알리려거나 공명을 다투는 일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아 영락없는 ‘선비’다.

제왕학의 중심에 중국이 있는 만큼 중국에 대한 이해는 급선무였다.

예전에도 중국에 관심을 많이 가졌었고, 대만에 36차례 다녀오면서 중국에 대한 문물을 익힐 수 있었다.

90년대, 중국 개방이후에는 중국을 57차례나 다녀왔다. 관련 분야 석학들과의 교분속에 담론도 즐겼다. “동양 사상은 제왕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어요. 국가와 사회 변화의 중심에 제왕이 있기 때문에, 그 시대 ‘인물’ 곧 제왕을 짚어보면 시대상을 알 수 있죠.”

지금으로 말하면 대통령이다. 그래서 ‘사람, 그 중에서도 임금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고 그는 말한다.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8권 분량의 ‘제왕학’초고를 완성했다.

지난해 6월, 제3권까지 출간한 상태고, 제4권은 올 9월 출간예정이다.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한·중·일 제왕만도 무려 690여명에 이르고, 중국의 자치통감 294권에, 고려사11권과 조선왕조실록 45권, 여기에 일본 서기 등을 망라, 통독해야 한다.

중국 하,은,주 이래 무수한 제왕들에다, 우리 역사상 박혁거세 이후 216명, 일본 제왕(신무천왕이후) 125명 등 4선 김현욱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주관해온 국제외교안보포럼에서 지금까지 13년동안 ‘제왕학’ 기조특강을 해오고 있다.

최근 이 포럼서 한 주옥같은 특강 한 대목이다.

삼자경(三字經)에, 어린 아희는 엄마의 모습이 추하다고 꺼려하지 않으며, 집에서 기르는 개는 주인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싫다하지 않습니다. (兒不嫌母醜, 犬不厭家貧). 남루한 엄마 품안보다 더 포근한 곳이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날 특강 주제는 ‘태신(態臣)을 경계하라’였다. 태신은 윗사람에게 교활한 언동을 잘하고, 반면에 쉽게 배반하는 사람을 이른다. 전국시대 명논객의 하나인 순자(荀子)의 군도론(君道論)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평소, 삶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즐긴다. 그게 그를 늙지 않도록 하는 비결이다. “육체운동보다 두뇌와 사색운동이 건강유지에 더 좋습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변질돼가는 현 세태를 정상 사회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순리를 따르게 되고, 순리에 따르면 재앙이 없어지고, 우주와 인간 사이의 괴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신의’가 있어야 하고, 자연과 인간 사이에 ‘순리’가 있으면 모든 재앙과 사회악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한때 그는 새마을 운동, 다른 의미에서는 농촌계몽운동가로서도 큰 활약을 했다. 대학 교수이자 전국 대학생새마을운동 사무국장을 맡아 ‘새마을’ 확산에 일조하기도 했다.

고건 전 총리가 서기관시절,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중에 당시 김 교수의 책자가 보고된 것이 인연이 돼 ‘농활’을 알리기도 했다.

그에게 ‘새마을운동’이란 ‘인간의 공적(公敵)’을 물리치는 일이다. 공적은 곧, 무지, 빈곤, 질병, 그리고 분규와 전쟁이다.

개인적 신념을 새마을운동 홍보에 적극 활용했는데, 나중에는 새마을운동이 소득증대로 이어졌고,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곽정현 현 충청향우회 총재와는 절친이다.

곽 총재가 90년대 초반 전경환씨에 이어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취임, 전국 300만 새마을운동지도자의 대표로서 활약할 즈음, 그는 새마을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기에 바빴다.

또 새마을교수연구회 회장시절,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장곡리를 방문, “이곳을 새마을운동을 시작한 곳으로 만들자”며 단국대(당시 장충식 총장)와 자매결연, 전국확산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충남도청이 80년만에 역사적인 이전을 해간 곳이 내포신도시이지만, 그 도청이전추진과 입지선정에서 김 박사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145일간의 추진위원장 자리였지만 정말 공정하게 수행해 역사에 오점이 없도록 했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것 한 가지.

신청사 본관 중앙부에 숨겨져 있는 상량문(文)도 김 박사가 직접 붓으로 썼다. 약 2m 규모의 동판으로 제작돼 있다.

‘천운지기 뢰급사린(天運地氣 賴及四隣) 도정일신 민복영창(道政日新 民福永昌)’. 충남도에 서운이 돌아오니 민복이 도처에 창융한다는 의미다. 지난 4월초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 도청이전식이 열리던 날, 식장에 초대된 김 박사는 남다른 감회에 젖었었다.

인터뷰 도중 자세히 들여다 본 그의 미간에 흉탄 파편 흔적이 남아있었다. 60년전 6.25에서 얻은 ‘훈장’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없으면 생명력이 없는 역사요, 생명력이 없는 역사는 죽은 역사입니다.”

 

● 항산 김유혁 박사 프로필

△단국대 부총장 △단국대 종신명예교수 △금강대 총장 △항산연구실운영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도시학 박사 △중국학술원 명예박사(철학) △국가원로회의 원로위원 △충북 음성출생

 

서울/강재규기자 kangjg34@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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