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9시30분경. 대전도시철도 열차가 차량 문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질주했다.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지만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시민들에게 사과도 해명도 없다.
늑장 해명에 기자가 직접 찾아가 “시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하고 묻자 홍보담당자는 “좋은 의견으로 받아들이겠다.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남의 이야기 하듯 했다. 문을 연 채 달린 것은 탑승한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줄곧 방송을 해 주의를 환기시켰으니 괜찮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는 아무리 강조해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 있다. 안전불감증이다. 현대제철의 잇단 사고도, 지난해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도 안전관리에 보다 신경을 썼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였다. 사고를 겪었으면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해 동안 교통사고와 화재, 붕괴 등 각종 재난, 안전사고에 따른 사망자와 부상자가 36만명을 넘고 392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체 사망사고 중 안전사고 사망자 비율은 12%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한 부주의가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2차 사고의 위험을 감수하고 달렸다면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고 왜 문이 열렸는지 철저한 진상파악과 재발방지 대책을 시민들에게 밝히는 게 순서다. 사고 발생 열흘이 넘도록 시민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는 것은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도시철도공사는 그동안 철도사고가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을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사고가 있었음에도 알려지지 않았을 뿐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철도사고 ‘제로’를 외치는 공사의 사후조치는 너무 실망스럽다.
이상문기자 sml88@dailyc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