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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리 안 듣고 살면 되지 뭐”

부여군 석성면 이장단협의회장 박창규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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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1.28 18:41
  • 기자명 By. 윤용태 기자
▲ 부여군 석성면 이장단협의회장 박창규氏

생활과 함께 몸에 밴 봉사정신… 20여년을 한결같이

‘굿뜨래’는 부여 농산물에 대한 고유브랜드로 ‘좋은 들에 좋은 상품’ 이란 뜻이다.

부여 굿뜨래 8미 중 하나인 양송이는 재배면적 67ha에 370농가가 5550톤을 생산해 전국 58%의 점유율 1위로 석성면과 초촌면을 중심으로 총 7개면 24개리 일원에서 재배되고 있다. 특히 부여군에서도 석성면은 양송이 재배의 주산지다.

이 지역에 양송이 못지않은 유명세로 봉사자 길을 걷고 있는 고희를 훌쩍 넘긴 노(老) 이장이 있다.

1991년부터 시작한 봉사는 어느새 22년째에 접어들고 선시선종(善始善終)의 마음으로 현재 진행형을 살고 있는 박창규 석성면 이장단협의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회장은 1940년생으로 일제강점기에 빈곤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근목피의 어려운 유년생활을 보냈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강경중학교을 다니던 것마저 그만둬야 했다.

현재 70세가 넘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일제강점기와 8·15광복, 6·25전쟁으로 점철로 이어진 불우한 시대상 위에 자신의 생존존립에 위협받으며 살아왔다. 박 회장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속에 묻혀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1960년에 해병대 96기로 입대하고 정규기간을 마치고 제대했다.

이후 결혼을 해 4남1녀의 자녀를 양육하는데 경제적인 여건으로 부양의 의무가 어려워 1970~80년대 중동건설의 붐이 일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978년부터 4년간의 해외근로자로 살아온 시기를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때라고 회고했다.

박 회장이 인생의 역경과 고뇌를 뒤로 밀어내고 봉사활동을 시작한 1991년부터 줄곧 박 회장의 곁에 따라다니는 애마가 있다.

그 애마는 12인승 승합차량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그 승합차량에는 눈에도 금방 띄는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띠를 두르고 있으며 ‘해병’이라는 문구가 차량 정면에 붙어있고 운전석과 조수석의 문에는 해병대 마크가가 붙어 있어 이 지역민들은 박 회장의 차량임을 쉽게 알아본다.

애마의 차량은 박 회장의 봉사정신이 해병대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작지만 강한 군대, 상륙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해병대는 군에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제대 후에는 사회에 나와 국민을 위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1980년후부터 전국 각 시·도별 이하 시·군별로 사회에 봉사활동을 위한 조직망을 형성해 각 전우회가 우후죽순으로 일어나던 시기였다. 부여군에서도 1990년대 초 해병대전우회 부여지회(이하 부여지회)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사회 동참형 봉사활동에 들어가 현재까지 진행 중에 있다.

박 회장도 해병대 출신으로서 해병대 정신을 이어받아 봉사자의 길을 걷게 된 시기가 부여지회가 결성된 시기와 맞물린다. 이때부터 차량의 피부를 해병대 상징으로 옷을 덧입히고 ‘앞선 봉사’를 위한 전조(前兆)를 보이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는 해병대전우회 부여지회장을 맡으면서 지역의 각종 행사를 참여해 지휘하며 봉사활동의 왕성한 절정을 보여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당시에도 60대 후반의 고령으로 회원들보다 먼저 행사에 나왔고 행사 마지막에는 최후의 1인이 돼 선참후종(先參後終)의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해병대 봉사정신으로 무장된 박 회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까지 봉사의 팔을 뻗쳤다.

박 회장이 이장을 보고 있는 석성면 봉정3리는 면 소재지에서 구절양장의 길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곳이며 면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교통이 불편한 곳이다.

옹기종기한 41가구에 오순도순하며 100여명의 주민과 함께 살아온 박 회장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 매년 봄, 가을 2차례에 걸쳐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어르신들을 모시고 야유회를 다녀온다. 또한 장날이나 마을 애·경사에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자신의 차량이 전천후로 투입된다. 교통의 낙후지역이고 어르신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특히 마을에 환자가 있으면 특별한 관심을 두고 병원에 갈 것을 주문하면 항상 이에 응하지 않는 법이 없다.

석성면 봉정3리는 몇 개의 마을 거쳐 지나가야 하는 가장자리에 위치한 마을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탑승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하면 거절함이 없이 이에 응하는 박 회장은 언제나 밝은 모습이다.

박 회장의 생활과 더불어 몸에 밴 봉사활동에는 자비로 이루어진다. 그만큼 생산적인 곳이 있어야 하지만 그의 생활은 여느 시골의 농민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농사를 지어 봉사활동에 쓴다는 얘기다.

20여년 세월의 간극을 한결같이 살아온 그의 ‘앞선 봉사모습’이다. 틀에 박힌 보여주기식 봉사가 아닌 항상 생활과 함께 몸에 밴 그는 “나쁜 소리 안 듣고 살면 되지 뭐”라며 녹록하면서도 가장 근본적인, 하지만 인간사에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말을 그의 이마에 깊게 파인 무지개 주름이 소신의 깊이와 강렬함을 대변해 준다.

박 회장은 현대 사회에 “노인을 학대하지 말고 공경해야 한다”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앞으로 박 회장은 나이를 먹어 마땅히 새롭게 시작할 일도 없고 지금껏 살아온 길을 앞으로 계속 갈 것이며 특히 봉사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순결무구의 소박한 자신의 미래상을 읊었다.

박 회장과 애마는 오늘도 달린다.

부여/윤용태기자 yyt690108@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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