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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열매 수확할 때 최고 보람이죠”

‘새 농민상’받은 안흥기·유상숙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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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9.12 19:10
  • 기자명 By. 김학모 기자

지역특산물- 음성 복숭아

 

농협중앙회가 농민에게 주는 새 농민상은 우리나라 농업분야에선 가장 권위 있는 값진 상이다. 이 상을 받은 농민은 전문 농업 경영인으로 인정받아 농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새 농민으로 선발되면 상패와 기념품을 비롯해 부부동반 해외선진 농업연수 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농장은 농업기술현장교육장으로 활용된다. 또한 (사)전국새농민회 회원 자격 부여와 함께 지역선도 농업인으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된다.

 

8월 이달의 새 농민을 받은 안흥기(50)·유상숙(여·49)씨 부부가 운영하는 복숭아 과수원은 감곡면 영산리 해발 300m 산자락에 자리 잡았다.

이 부부의 과수원은 이 마을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다. 차량 한 대가 간신히 빠져 나갈듯 한 좁다란 산길을 올라 과수원에 다다르자 구릿빛 얼굴에 선한 인상의 남편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부부가 관리하는 복숭아 과수원의 면적은 3만3057㎡로 14일 과수원을 방문했을 때는 조생종 복숭아는 수확을 마친 상태다. 복숭아는 7월초 수확을 시작해 8월 말이면 끝난다.

이 과수원에서는 미백을 비롯해 백도, 천중도, 엘바도, 등 다양한 품종의 복숭아가 수확된다. 깔끔하게 정리된 과수원과 작업장의 모습은 부부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아내가 깎아 온 뽀얀 속살을 드러낸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자 코끝까지 달콤한 향기가 스며들어온다. 며칠 동안 비가와 당도가 떨어졌을 거란 선입견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버지, 3개월 동안 식음 전폐

농사일에 안중에도 없던 남편이 흙을 만지기 시작한건 13년 전이다. 남편이 오랫동안 원양어선을 타던 중 농사일을 도맡았던 형님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자 농사일이 노부모의 몫이 됐다.

부부는 고민이 많았다.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남편은 장사 쪽을 고민하고 있었지만 아내 생각은 달랐다.

“농사에 매력을 느껴 내가 눌러 앉혔어요. 친정에서 2~3년 농사일을 도운 경험이 있거든요.” 아내의 말이다.

부부는 귀농을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 들었지만 농사일은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책을 보며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교육도 받았지만, 아버지의 조언이 모자람을 채워줬다.

‘농업은 남의 일’로 생각했던 남편은 영농교육 등 많은 교육을 받으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고 농사기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쳐다도 보지 않았던 농사가 서서히 몸에 스미기 시작하자 자신이 생겼다.

자신이 교육받은 대로 나무를 잘 키우던 중 사단이 벌어졌다. 잠시 외출했던 사이 아버지께서 자신의 뜻과는 달리 전지를 해놓은 것이다.

“부모님은 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생각하시잖아요. 믿고 맡기지 못하셨던 거죠. 그때 아버지와 크게 언쟁이 있었어요.”

남편은 아버지에게 ‘나무에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아버지는 3개월 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오랫동안 고생해서 터득한 기술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 후 1년을 기다려 과수원에 오신 아버지에게 자신이 수확한 복숭아를 드렸더니 “복숭아 농사를 오랫동안 했지만 최고 좋은 복숭아를 맛본다.”고 칭찬해 그동안의 앙금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많은 가르침을 주시던 아버지는 6년 전 세상을 달리했다.

 

난 실패한 농사꾼이다

부부가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과수원 면적은 3966㎡ 정도로 노인에겐 벅찼지만 청년에겐 텃밭 수준이었다. 그래서 돈을 벌어 사기도 하고 임대를 하는 등 10배까지 규모를 늘렸다.

규모가 어느 정도 늘자 친환경 농사에 관심을 쏟으면서 벌레와 풀 등 자연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하지만 생산총액이 판매액에 한참을 밑돌면서 빚만 늘어갔다. 그렇게 5년을 보냈고 결국 부부를 경제적 어려움으로 몰아넣었다.

부부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기 위해 상품가지가 떨어지는 복숭아를 들고 소비자를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다. 당도나 맛 면에서는 어는 복숭아보다 뛰어나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은 부부의 어깨를 처지게 했다.

“복숭아 250박스를 수확하면 상품가치가 있는 건 10%도 안됐어요. 진짜 좋은 상품은 그 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어요. 소비자와 생산자의 합의점 돌출이 진짜 어려워요. 그런 면에선 저는 실패한 농사꾼이죠. 친환경 농사지으시는 분 진짜 존경합니다.”

하지만 부부는 아직도 친환경 농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적과한 복숭아를 이용한 동자액을 제조 살포해 당도를 높이고, 깻묵·쌀겨·미생물 등을 이용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죠

복숭아 작업장에서의 부부는 잘 맞추어진 톱니바퀴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별다른 대화가 없었지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상대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내곤 했다.

이 작업장에서 복숭아는 무게에 따라 16등분으로 등급이 매겨진다. 4.5kg 들이 한 상자에 14개 이하로 들어가면 상품, 18개 이하면 중품, 23개 이상이면 하품으로 분류된다.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약간의 흠집이나 생김새가 이상하면 상품으로써 가치를 잃는다.

“솔직히 마음 아프죠. 힘들게 농사지어서 조금 흠이 있다고 상품에서 뺀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미련 없이 골라냅니다. 우리 복숭아를 받아 볼 소비자를 생각해서죠.”

이 부부는 농사일을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직장 다니는 사람들처럼 조기 퇴직걱정이나 상사 눈치볼일 없죠. 어디 얽매어 일하는 것도 아니죠. 힘들지만 속은 편합니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진짜 준비 많이 해야 하고, 심사숙고해야 됩니다. ‘할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이런 생각으로 농사에 뛰어들면 10중 8~9는 농촌을 떠납니다. 또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먼저 배워야지 거스르려 하다간 머릿속 계산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농사는 자연이 반입니다.”

좋은 열매를 수확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부부.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고 이제는 팽창보다 결실 위주의 농사를 지으면서 더불어 사는 게 이 부부의 목표란다.

“나무는 사람하고 같아요. 사랑주면 좋은 결실로 보답하고, 막 다루면 나쁜 열매로 표현하죠. 배고프거나 목마르면 채워 줘야 해요 안 그러면 죽거든요. 사람이랑 다를 게 없죠.”아내의 마지막 말이다.

음성/김학모기자 kimhm1295@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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